국내 서식종인 아무르고슴도치
학명
Erinaceinae
G. Fischer, 1814
분류
계
동물계(Animalia)
문
척삭동물문(Chordata)
강
포유강(Mammalia)
목
진무맹장목(Eulipotyphla)
과
고슴도치과(Erinaceidae)
아과
고슴도치아과(Erinaceinae)
넓은 의미로는 고슴도치아과(Erinaceinae)에 속한 포유류의 총칭이고, 좁게는 국내 서식종인 고슴도치(Amur hedgehog, Erinaceus amurensis)를 가리킨다. 국내 서식종인 아무르고슴도치 기준으로 자연 서식지는 러시아 아무르와 연해주, 중국 중앙부에서 동부(남부 해안가와 북부 제외), 만주, 한반도 등지이다.
애완동물로 기르는 종은 한국 고슴도치가 아니라 아프리카산의 네발가락고슴도치(Four-toed hedgehog, Atelerix albiventris)와 알제리고슴도치(Algerian hedgehog, A. algirus)의 교배종이다.
첫 고슴도치 화석의 연대는 백악기 말이다. 발견된 곳은 미국 와이오밍 주이다. 화석의 예
몸의 길이는 20~30 cm, 꼬리의 길이는 3~4 cm이며, 주둥이는 돼지처럼 뾰족하고 다리와 꼬리가 짧다. 가장 큰 특징은 털이 변형되어 생긴, 머리 위부터 꽁무니까지 빽빽이 돋쳐 있는 갈색과 흰색의 바늘 같은 가시로, 위협을 느낀 고슴도치는 몸을 웅크려 상대적으로 약한 얼굴과 배 부분을 감추고 가시를 세워 적이 자신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고슴도치 등의 가시는 촉감이 플라스틱이랑 비슷하다. 녹말이쑤시개 배 부분의 털도 마냥 부드러워 보이지만 개털 등과 비교하면 다소 뻣뻣한 편이다. 떨어진 가시 하나를 주워서 찔러보면 풍선도 터뜨릴 수 있다. 가시만 세운 채로 가만히 있다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겠지만, 고슴도치는 자극이 오면 의도적으로 근육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몸을 부풀린다. 이렇게 부풀린 고슴도치를 건드린다면 100% 확률로 가시에 찔리는 정도가 아니라 피부에 가시가 박히므로 '슬쩍 건드리는 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만져보지 말자.
또한 가시는 고슴도치 몸에서 쉽게 빠지기 때문에 집고슴도치도 잘못 건드리면 피부에 매우 깊숙이 박혀서 핀셋으로 가시를 빼야 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야생 고슴도치는 더 힘이 좋고 가시도 커서 빼기도 힘듦은 물론이요, 높은 확률로 패혈증, 파상풍 감염을 걱정해야 한다. 다만 가시의 끝이 뾰족하긴 해도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가시를 눕힌다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다. 가시는 내부가 텅 비었고 공기가 채워져 의외로 단단하지 않고 굉장히 유연하다. 그래서 가시를 내린 상태에서 만져보면 찰랑찰랑한 게 마치 얇은 비늘 같기도 하고 윤기 있는 단단한 짧은 털을 만지는 느낌이다.
고슴도치의 가시가 동물의 털에서 진화한 것이라는 추측에 맞게 가시 자체는 털의 용도로도 사용된다. 체온을 지키는 것은 물론 외부의 가벼운 자극에 몸을 보호하고 반응한다. 털처럼 쉽게 빠지기도 하고 털갈이처럼 가시갈이도 주기적으로 하기에 고슴도치가 다니는 길을 보면 우수수 떨어진 가시들이 보일 때도 있다. 또한 '가시 = 자신의 목숨'이기에 고양이마냥 항상 가시를 그루밍하고 몸을 가꾸는 데 오랜 시간을 사용한다. 특히 머리에서 시작해 엉덩이 쪽으로 이어지는 가시의 결에 병적으로 집착해 주기적으로 몸을 흔들며 결을 정렬시키는데 이때 가시끼리 부딪혀 조용히 찰랑찰랑 거리는 신기한 소리가 난다. 이는 가시 결이 흐트러지면 자신이 가시를 세웠을 때 꼿꼿이 서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설 수 있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데 애로 사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를 자세히 보면 자기 혼자 다른 방향으로 일어난 가시가 몇몇 있는데 결이 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슴도치는 그루밍을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건강에 문제가 있는 고슴도치는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가시 상태가 엉망이 된다.
특이한 습성으로 자신의 침을 거품으로 만들어 가시에 바르는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기생충을 죽이기 위하여 그런 행동을 한다고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가시에 독을 바른다고 하거나, 자신의 냄새를 숨겨서 포식자로부터 숨기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 고슴도치 사육계에선 주로 '안팅'이라고 부르지만 학술적으론 'self-anoint'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냄새를 맡으면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주기적으로 맡는 냄새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신빙성은 크게 없다. 그나마 향수, 샴푸처럼 강한 향 같은 휘발성의 특정 냄새나 깃털 같은 특정 소재에 주로 반응하는데 심지어 그 특성도 고슴도치별로 다르고 어떨 땐 했다가 다른 상황에선 안 하는 등 그냥 자기 마음대로다. 현재 가장 정확한 이론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인간으로선 이해가 불가능하다'이다. 고슴도치는 애완동물치곤 행동 양식 등 연구가 매우 부족한 동물이다.
이렇게 웅크린 고슴도치는 진짜 밤송이와 섞어 놓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진다. 특히 국산 고슴도치는 털 부분이 애완용 종과 달리 우중충한 색이라 구분하기 더 어렵다. 왼쪽 작은 게 밤송이, 오른쪽 둘이 고슴도치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등장한 고슴도치의 딜레마라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추운 겨울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기댔는데, 너무 가까이 대면 가시 때문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면 추워지므로 서로 시행착오 끝에 상처를 주지 않고 따뜻한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내용. 이렇게 가까이 하기도 멀리 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고슴도치의 딜레마라고 한다. 원래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우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우화에서는 둘 다 얼어 죽는다.
서양과 동양 모두 농작물을 서리하는 이미지로 옛부터 알려졌다. 동양에서 오이를 서리하는 고슴도치는 다산을 상징해 길하게 여겼다. '고슴도치 외(오이) 서리하듯', '고슴도이 외(오이) 걸머지듯'이란 속담이 있듯이, 농작물을 등에 얹고 도망치는 고슴도치가 선조들 눈에도 귀엽게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슴도치는 곤충을 주식으로 먹으며 과일이나 채소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일을 가시에 꽂는 것도 먹으려는 게 아니고 그저 과일의 산성분으로 기생충을 쫓으려는 행동 중 하나일 뿐이니 고슴도치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구조해서 과일을 제거해주는게 좋다는 해외의 동물구조단체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가시에 오이·과일 꽂아서 훔쳐가는 '고슴도치'에 숨겨진 진실"
대중매체에서는 고슴도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 가시를 마구 뿜거나 방어용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 고슴도치의 가시는 그렇게 뿜어낼 수는 없고 호저의 가시처럼 쉽게 빠지지도 않는다. 다만 고슴도치의 가시가 털에서 유래한 탓에 다른 동물들이 털갈이를 하듯, 고슴도치도 가시갈이를 한다. 고슴도치를 키운 지 며칠 안 된 사람이 바깥을 걷다가 발바닥이 따끔거려서 신발을 벗어봤더니 고슴도치 가시가 있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다만 한중러에 서식하는 토종 아무르 고슴도치들과 북미와 유럽에 서식하는 유럽 고슴도치 등 대부분의 고슴도치들은 물을 싫어하지도 않고 수영을 꺼리지 않으며, 수영을 못하지도 않는다. 비도 많이 오기 때문에 귀에 물좀 들어갔다고 해도 외이염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체형에 비해 암벽 등반도 잘 한다. 고슴도치는 안 그래도 먹성이 뛰어난데 야생 고슴도치 성체는 성체 애완용 고슴도치가 새끼로 보일 정도로 징그럽게 큰 크기이므로 하루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넓은 영역을 돌아다녀야 해서 수영과 암벽 등반이 능숙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것은 산 많고 물 많은 한국지리를 비롯한 유라시아 대륙에 적응하고 진화한 결과이므로 아프리카 대륙 태생인 집 고슴도치들은 수영을 할 줄 안다고 해도 물을 꺼릴 수밖에 없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함함하다'라는 것은 털이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운 것을 의미하는 말이니, 부모님 필터를 비유하는 속담이다. 함함하다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 이를 대신 '곱다'나 '예쁘다'로 치환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슴도치 부모에게는 자식이 예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고슴도치 가시가 보송보송할 수는 없으니 함함하다는 표현이 원래 속담의 묘미를 더 잘 살려냈다고 하겠다. 그런데 갓 태어난 고슴도치의 가시는 정말로 부드럽고, 가시처럼 단단해지는 것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이다. 그러고 생후 몇 개월이 지나면 고슴도치 어미는 더 이상 새끼를 돌보지 않기 때문에 새끼는 어미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언어별 명칭
영어
Hedgehog(헤지호그)
라틴어
Ericius(에리치우스)
중국어
刺猬(cìwei, 츠웨이)(본토) / 刺蝟(cìwèi, 츠웨이)(대만)
일본어
針鼠(はりねずみ, 하리네즈미)
러시아어
ёж(요쉬)
스페인어
erizo(에리쏘)
프랑스어
hérisson(에히쏭)
독일어
Igel(이겔)
루마니아어
arici(아리치)
한국어의 '고슴도치'라는 단어는 '고슴'과 '도치'의 합성어이다. 《고려도경(1123)》에서는 "고려 풍속에서는 고슴도치의 털을 '고섬(苦苫)'이라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향약구급방(1236?)》에서는 고슴도치를 '고삼돝(苦蔘猪)'이라고 기록하였다. 이후 《향약집성방(1433)》에서는 '고소음돝(高所音猪)'이라 하였고, 《구급방(1466)》, 《두시언해(1481)》 등의 15세기 한글 문헌에서부터는 '고솜돝'이라는 표기가 등장한다. 이 어형이 18세기까지 유지되다가, 근대 국어 후기인 19세기에 이르러 접미사 추가와 구개음화를 거쳐 현재의 어형인 '고슴도치'로 정착했다.
'고슴'의 어원은 《고려도경》이 기록했듯 고슴도치의 털, 즉 '가시'라는 것이 중론으로 자리잡았다. '도치'의 어원에 관련해서는 '쥐'의 옛말이라는 설 및 가시가 돋아났다는 뜻의 '돋이'가 어원이라는 설 등이 제기된 바 있으나, 《향약구급방》에서 '고솜돝'의 '돝' 부분을 猪(돼지 저)로 훈차한 것을 보아 '도치'는 돼지를 뜻하는 '돝'에 접미사 '-이'가 결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현대어로 가시돼지. 어원 정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야생 멧돼지와 닮은 구석이 있다.
야생 고슴도치는 새끼를 육아하거나 짝짓기 시기를 제외하고는 주로 단독 생활을 하며, 바위 혹은 나무 뿌리 아래의 좁은 공간 등 자연 지형지물에 숨어 서식한다.
번식기는 4월과 6월 사이, 8월과 9월 사이로 한 해에 두 차례 가지며 새끼를 임신하면 보통 34일에서 39일 사이에 출산한다. 주로 4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갓 태어난 새끼는 가시가 될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다. 새끼는 생후 10일이 지나면 눈을 뜨고, 3개월이 지나면 몸을 둥글게 마는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초가을 즈음인 9월부터 이듬해 봄인 4월까지 은신처에서 겨울잠을 자는데, 겨울잠에 들어가면 체온이 35도에서 5도까지, 분당 호흡량은 18 ml에서 0.08 ml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야행성 동물로, 오전 시간대에는 주로 은신해 있다가 늦은 오후나 자정 즈음에 활동을 개시한다. 먹이는 주로 작은 곤충이라지만 크기에 무관하게 곤충이라면 전부 사냥 가능하다. 다 자라면 거의 손바닥만한 왕사마귀나 독침을 가진 장수말벌도 고슴도치에겐 얄짤없다. 게다가 이빨이 상당히 튼튼해서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같은 갑충도 문제없이 씹어먹는다. 곤충말고도 양서류, 버섯 등도 먹지만, 잡식성이라서 그 외의 것도 가리지 않는다.
뱀의 대표적인 천적이기도 하다. 가시 때문에 뱀이 먹이를 조여 질식시킬 수 없으며, 만약 고슴도치가 죽었다고 해도 삼킬 수가 없다. 독사를 포함한 대부분 뱀은 고슴도치에게 잡아먹힌다.
가시 덕분에 천적이 많지 않으나 수리부엉이와 검독수리 같은 맹금류들은 고슴도치의 머리를 공격해 죽인 후 가시가 있는 등가죽을 벗겨 손쉽게 고슴도치를 사냥한다. 수리부엉이의 경우 먹이의 40%가 고슴도치인 경우도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검독수리들의 가장 주요한 먹이가 고슴도치가 되기도 할 정도. 포유류 포식자 중에는 여우 등의 개과 동물, 그리고 오소리와 담비 같은 족제비과 동물이 고슴도치를 잡아먹는다. 특히 여우처럼 지능이 뛰어난 개과 동물들은 육구를 이용해 고슴도치의 배를 드러낸 뒤 포식하는 법을 익혔다. 다만 이는 고슴도치를 상대해 본 적 있는 동물들에게만 한정된 능력이다. 대부분 고슴도치를 습격해 본 적이 없는 동물들은 고슴도치를 보고 낯설어하며 피한다.
유럽고슴도치가 집의 정원에 들어오는 일이 많아 Hedgehog Highway라는 고슴도치 전용 터널까지 만들어놓은 집들이 많은 영국에서는 가정에서 기르는 개들이 고슴도치를 공격해 양 쪽 모두 다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
고양이의 경우 작은 동물을 재미삼아 사냥하는 모습을 보이고 특유의 사냥능력은 고슴도치 같은 작은 소동물들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정도이긴 하지만 고슴도치의 가시는 고양이들에게도 충분히 낯설고 위협적인 데다가 고슴도치도 당연히 처음 보는 고양이를 겁내서 웅크리기만 하기 때문에 서로 일방적으로 상처입히는 것은 드물고 서로 탐색전만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야생 고슴도치가 정원으로 들어오는 일이 많은 영국의 가정집에서는 서로 얼굴이 많이 트인 고양이와 고슴도치가 서로 사이좋게 사료를 나눠먹는 등 공생관계를 맺는 모습도 많이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와 고슴도치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나요?(Can Cats and Hedgehogs Get Along?)'
한반도에 서식하는 토종 고슴도치(Erinaceus europaeus Koreansis MORI, mori 1922)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일본의 생물학자인 모리(森) 박사가 학계에 보고하였으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간지대에 분포해 있다. 주로 경상북도와 강원도 지역에서 흔히 발견된다. 한반도 서식종은 일반적인 아무르 고슴도치보다 좀더 빠른 3월에 동면에서 깨어나 6월에서 7월 사이에 새끼를 낳는다.간혹가다 야생고슴도치를 유기된 애완고슴도치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